대륙서점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동안 대륙서점은 근 30년간 성대골 마을을 지켜온 동네 서점입니다. 1987년, 이 마을에 처음으로 서점을 시작한 노부부는 최근 들어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인터넷 서점이 보편화 되면서 참고서나 잡지 이외에는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 오셨습니다. 몇 번의 사라질 위기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지켜온 대륙서점은 매일 이곳을 지나다니던 한 젊은 부부를 만나면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성대골 마을에서 ‘청춘플랫폼’과 ‘청춘캠프’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BLANK는 대륙서점을 보면서, 동네에서 서점이란 장소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로부터 서점을 새롭게 운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는 건축가이자 기획자로서 지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먼저 고민하였습니다. ‘청춘플랫폼’에서는 그동안 책과 관련된 다양한 모임이 있었고, ‘청춘캠프’에는 지역과 건축, 그리고 커뮤니티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설계비’라는 대가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서점의 책이라는 ‘문화’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교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청춘플랫폼’과 ‘청춘캠프’를 ‘대륙서점’과 연결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지식 커뮤니티의 거점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수차례 회의를 통해 대륙서점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였고, 설계비 대신 3년 동안 매달 3-5권의 책을 받으며 오픈 이후에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하였습니다. 새로운 대륙 서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닌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서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대륙서점의 외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책을 꽂아두는 공간보다는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책은 표지가 보이게끔 진열되며, 동네 사람들이 추천한 책과 이야기를 접하고, 각자가 원하는 책을 찾아가는 공간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커피와 맥주를 내릴 수 있는 주방과 카운터는 정면에 배치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중앙에는 널찍한 테이블과 벤치를 배치하여 때로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때로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나 많이 알려진 책들보다는 각자 삶에 어울리는 단행본과 독립 출판물로 서재를 만들고 여러 종류의 책들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획 : 곽사현
설계 및 감리 : 이지윤, 김동리


규모 : 33m² (약 10평)

공사비 : 1,000만원

설계/감리비 : 3년간 매월 책 5권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성대로 40 1층 (상도3동)